헌 책방의 어마어마한 가치 SKT 대학생 자원봉사단 Sunny

 

나는 중고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여대생이 나에게 설문 조사를 부탁했다. 그것은 헌책방과 중고서점에 관한 설문이었다. '헌책방과 중고서점이 다르다고 생각하십니까?' '다르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헌 책방과 중고서점이라... 중고책을 파는 것은 똑같지만 그 단어의 느낌부터가 다르다. 중고 서점은 세련되고 깔끔한 느낌, 헌 책방은 오래되고 아늑한 느낌이랄까? 그 무엇보다도 중고서점은 현재진행형 이라는 느낌, 헌책방은 과거 진행형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중고서점은 일반적인 대형서점을 옳겨놓은 듯한 곳, 옛 느낌이 묻어나는 책을 구하는 곳이 아닌 얼마 되지 않은 신간이 조금 싼 가격으로 사기 위한 곳 같았다. 이제 책 조차 패스트 푸드처럼 빨리 읽고 빨리 되팔리는 유통의 과정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헌책방은 조금 느낌이 달랐다. 조금 오래된 책이 있는 곳, 20여년 전에 책도 잘만 찾는다면 찾을 수 있는 곳, 구석구석 찾아보면 신기한 책들이 많은 곳, 책장을 넘기며 오래된 책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 몇 십년의 시간을 되돌려놓은 장소처럼 느껴졌다.


유럽의 책마을에서 의미를 찾다.
 

벨기에의 르뒤 마을은 1984년 부활절 축일을 책의 축제로 바꾸어 놓았다. 매년 8월 첫째 토요일 마다 모든 책방이 밤새 문을 열고 모든 주민과 방문객이 어우러져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 이런 축제가 지금 유럽 대륙 최초의 책마을로서 입지와 명성을 완전히 굳혔다. 르뒤마을 안에 있는 '달팽이 서점'은 천천히 찾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분류에 무심한 채 책들을 뒤죽박죽으로 쌓아놓았다. 그래서 손님은 달팽이처럼 천천히 이 책장에서 저 책장으로 먼지 구덩이를 타고 넘어야 한다. 끈기 있게 잡초 속에서 좋은 책을 찾기 위해서. 

스위스의 생피에르 드 클라주 마을책과 고향을 사랑하는 마을 사람들이 대륙 최초의 책마을인 벨기에 '르뒤'로 찾아가 자문을 구해서 1993년 책마을을 출범시켰다. 매 계절마다 열리는 책마을 축제는 의례적인 문인의 강연과 낭송회, 사인회 이외에도 미술 및 자료 전시회, 영화 상영, 제본 시연 등으로 다채롭다. 특히 여름의 끝 무렵이면 전 유럽의 고적상과 특수서적 출판 전문인만을 위한 큰 축제가 열리는데 평균 120여 서적상이 희귀본을 들고 모여든다.

벨기에, 스위스 뿐만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에는 책마을이 있다. 그곳에서는 우리가 지금은 맡을 수 없는, 책 특유의 종이 냄새와 오랜 시간 탓에 푸석해진 종이를 들추는 소리를 편안하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 손녀들이 함께 책마을에서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을 보면서 정겨움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하나 하나의 헌책방들이 잘 보존 된다면, 시간이 지나 더욱 큰 가치를 지닐 수 있지 않을까? 그곳에서 느낄 수 있는 아늑함과 포근함처럼 말이다.


헌책방. 그 어마어마한 가치 

우리나라에도 이런 옛스러운 냄새와 소리를 느낄 수 있는 헌책방들이 모인 곳이 있다. '보수동 책방 골목'이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과거에 비해 현대적 보도블럭과 간판이 들어왔지만, 골목길이 원형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50년 전의 풍경을 상상해 보는 재미가 있다. 골목 안, 수 많은 책방. 그 곳의 오래된 책에서 나는 옛 냄새가 더욱 더 정겹다. 그 곳에서는 몇 십년 전의 오래된 책들을 구할 수 있으며, 우리는 그 책을 읽고 과거로의 여행을 할 수 있다.  

또한, 골목 안에는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관도 있다. 그곳은 보수동 책방골목의 유래와 역사를 알려주는 작은 규모지만 옛날에 쓰던 교과서와 귀여운 미니어처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그리고 한편에 흑백사진들과 함께 보수동 골목책방의 유래가 적혀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옛 책을 구할 수 있는 곳일 뿐만 아니라, 한국 전쟁 당시 가족과 이별하고, 피난 온 이산가족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많은 청춘남녀들이 추억을 만드는 장소였던만큼 곳곳이 사람과 이야기가 가득한 곳이다. 이처럼, 헌책방은 헌 책을 통해 과거를 배울 수 있는 통로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스토리텔링이고,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요즘 헌책방은 도시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는 대형중고서점에 밀려나 있는 찾기 조차 힘들다. 대세는 구석구석 위치한 헌책방이 아니라 찾기 쉬운 곳에 위치한 대형중고서점인 듯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런 대형중고서점의 등장을 반긴다. 책의 유통이 원할하고, 도시 중심지에서 싼 값에 쉽게 책을 구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헌책방은 살아 남아야 한다. 책을 잘 구입하지 않아 4~5년만 지나면 베스트셀러가 아닌 책은 금방 절판되는 이런 상황에서, 그저 신간과 베스터 셀러, 책의 상태가 좋으면 높은 값을 쳐주는 중고서점에서 소위 고전이라 말하는 '춘향뎐' '장화홍련뎐' 등의 오래된 책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몇 십년, 몇 백년의 시간을 간직한 오래된 헌책방, 과거를 말해주는 곳.. 그 것이 헌책방의 어마어마한 가치가 아닐까?

 

<참조 - 정진국 (2008),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덧글

  • nakbii 2013/06/25 23:38 # 답글

    헌 책방을 안가본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이젠 찾을려고 해도 어디 꼭꼭 숨겨져 있는지 찾지도 못 하겠네요.
  • rumic71 2013/06/26 15:49 # 답글

    앞으로는 헌 책방이 아닌 헌책 방이 되어야 합니다.
  • 아르니엘 2013/06/26 20:52 # 답글

    예전에 집에 있다가 이사하면서 잃어버린 동화전집류를 다시 구하려고 보수동에 그다지 기대하지않고갔다가, 거의 전질이 다 있어서 그자리에서 사들고 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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